많은 감독과 제작사들이 새로운 길을 가기를 꺼립니다. 오리지널리티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조차 기존 작품들의 프리퀄이나 시퀄을 찍어내기 바쁩니다.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전편이나 원작 도서가 없는 시리즈물을 시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. 그런 의미에서 조성희 감독의 <탐정 홍길동: 사라진 마을>은 여러 면에서 박수 쳐주고 싶은 작품입니다.
<탐정 홍길동: 사라진 마을>의 화면은 지금 봐도 상당히 신선합니다. 국내의 지방 소도시를 바탕으로 하되 판타지 세계관을 일부 가미해서 만들어낸 배경은 한국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. 소품이나 복장의 퀄리티도 높아서 보는 맛이 확실합니다. 무엇보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지금까지 충무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하고 고유한 세계관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.
잘 직조된 세계관 위에 뿌려진 캐릭터들의 매력도 상당합니다. 개봉 당시만 해도 액션스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제훈을 과감하게 단독 주연으로 활용했고 적어도 제가 보기엔 액션신에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. 보기보다 가볍지 않은 영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아역들의 활약도 대단했고요. 더불어 조연으로 등장하는 김성균이나 고아라도 한 명 몫을 톡톡히 해내며 준수한 케미를 선보입니다.
특히 몇몇 장면에서의 카메라 무빙과 연출이 아직도 뇌리에 남을만큼 강렬했습니다. 좋은 영화들을 보다 보면 감독이 어떤 장면을 만들기 위해 깊게 고민한 결과가 화면에 제대로 담긴 그 순간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곤 합니다. 그 순간에 관객들은 진정한 영화적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저에게는 <탐정 홍길동: 사라진 마을>에서 그런 순간들이 존재했습니다.
아쉬운 점은 이렇게 추천할 만한 점이 많은 영화였음에도 <탐정 홍길동: 사라진 마을>은 손익분기점인 30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후속편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. 조성희 감독의 이전 인터뷰를 보면 은근히 2편을 연출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. 물론 제작비가 100억 가까이 들어간 영화였기에 그 결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영화를 재미있게 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.
그래서 저는 엉뚱하지만 작은 꿈이 생겼습니다. 만약 index 시리즈가 느리지만 천천히 계속되어서 더 많은 관객들과 힘을 모을 수 있게 된다면, 언젠가 <탐정 홍길동: 사라진 마을>을 색인하고 후속편까지 만들 수 있도록 조성희 감독님께 힘을 전달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꿈입니다.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올지,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신다면 색인과 오래오래 함께하면서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려봅니다.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