음식도 운동도 밸런스가 중요합니다. 뭐든 한 가지로 쏠리면 부작용이 있곤 하죠. 영화에도 밸런스가 있습니다. 액션, 연기, 대사, 분위기 등 밸런스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. 류승완 감독의 <베테랑>은 밸런스가 정말 좋은 액션영화입니다.
일단 류승완 하면 떠오르는 전매특허 액션이 훌륭합니다. 본인이 잘하는 것이니 만들다 보면 좀 과해질 법도 한데 <베테랑>의 액션은 선을 잘 지킵니다. 구성도 알차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어요. 적당히 쾌감도 있으면서 보는 맛도 훌륭합니다. 류승완이 대한민국 최고 감독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액션에 있어서 류승완만큼 완성도 있고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감독은 없는 것 같아요. 그리고 <베테랑>은 갈고 닦인 류승완의 액션이 가장 세련되게 연출된 영화인 것 같습니다.
두 번째는 역시 배우들입니다. 황정민, 유아인으로 이어지는 주연진도 물론이지만 유해진 오달수로 이어지는 조연진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냅니다. 배우들이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특출난 연기를 선보였다고 할 순 없지만 영화의 톤 앤 매너에 어울리게 잘합니다. 이 영화에 필요한, 그리고 관객들이 보고 싶은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.
마지막은 대사인데요. <베테랑>의 서사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. 쉽게 말하면 '인과응보', 나쁜 놈 때려잡는 얘기죠. 다만 서사를 채우는 대사들은 확실히 맛있습니다. '어이가 없네'로 시작되는 유아인의 대사는 아직까지도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대사죠. 그 외에도 <베테랑>의 대사들은 시대를 적절히 풍자하고 비틀며 평범한 서사에 리듬을 불어 넣습니다.
앞서 언급한 부분들을 하나씩 때 놓고 봐도 부족한 부분이 없지만 <베테랑>이 1,000만 영화 고지에 오른 이유는 이 모든 요소들의 밸런스가 완벽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. 어느 요소 하나 자기주장이 도를 넘지 않습니다.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단단하고 큰 육각형 능력치 영화를 완성해냅니다. 개인적으로 <베테랑>은 류승완식 액션영화의 완성체라고 생각합니다.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