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남한산성>처럼 변화구 없이 담백한 사극은 많지 않습니다. 사극은 코미디나 판타지를 섞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압도적인 전투씬이 있는 식으로 변화구일 때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수월합니다. 하지만 <남한산성>은 조금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직구입니다.
그런데 이 직구라는 게 그것만의 매력이 있습니다. 단순하지만 제대로 들어갔을 때의 쾌감이 있거든요. <남한산성>이 엄청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.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고 숨 쉴 구멍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. 액션도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대단한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죠. 그런데 이런 기교 없는 방식이 <남한산성>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썩 어울립니다. 오히려 이 영화가 너무 화려하거나 가벼웠다면 매력이 없었을 것 같아요.
특히 이병헌과 김윤석의 연기 대결은 직구의 속도감을 느끼게 합니다.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계급 떼고 순수 실력으로 붙는 기분이랄까요. 이렇다 할 배경도 음악도 없이 대사와 몸짓만으로 우려내는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화면은 배우들만으로도 꽉 차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.
여기까지만 해도 <남한산성>이 한 편의 사극으로서 갖는 매력은 꽤 준수합니다.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치욕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는 점, 그리고 그 주제에서 신파를 끌어내거나 국뽕으로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. 물론 신파나 국뽕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이 두 가지를 거의 완벽히 배제함으로써 <남한산성>은 조미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영화적 재료의 힘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.
물론 <남한산성>의 스타일이 모든 관객의 입맛에 맞을 만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. 하지만 <남한산성>에는 다른 사극에 없는, <남한산성>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. 대중성이 많이 가미된 사극들과 조금 다른 '직구'를 감상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감상해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. |